2026. 6. 8. 09:00ㆍ영양제·천연물·첨가물 팩트체크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보면 종종 이런 문구를 보게 됩니다.
"비타민 D 부족"
"비타민 D 결핍"
현대인들이 영양제를 고를 때 오메가3, 유산균과 함께 빠지지 않는 성분 중 하나가 바로 비타민 D입니다. 병원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낮으니 보충제를 드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설명을 들어보신 분도 많을 것입니다.
각종 매체에서는 비타민 D가 부족하면 뼈가 약해지는 것은 물론, 면역력이 떨어지고, 만성 피로에 시달리며, 심지어 암이나 당뇨병 위험까지 높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비타민 D는 정말 부족하면 큰 문제가 생기는 영양소일까요?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비타민 D 부족 판정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비타민 D의 정체와 역할, 그리고 비타민 D를 둘러싼 결핍 논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비타민 D는 사실 조금 특별한 비타민입니다
우리는 흔히 비타민 D를 '비타민'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생화학적·내분비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타민 D는 일반적인 비타민과는 조금 다릅니다.
원래 비타민이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아 반드시 음식 등을 통해 외부에서 섭취해야 하는 영양소를 의미합니다.
반면 비타민 D는 피부가 햇빛, 정확히는 자외선 B(UVB)를 받으면 체내에서 직접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피부에 존재하는 7-dehydrocholesterol은 자외선 B를 받으면 비타민 D3(cholecalciferol)로 전환됩니다.
이후 간에서 25-hydroxyvitamin D [25(OH)D]가 되고, 다시 신장에서 활성형 비타민 D인 1,25-dihydroxyvitamin D로 변환됩니다 (Holick, 2007).
이렇게 만들어진 활성형 비타민 D는 혈액을 통해 이동하면서 소장, 신장, 뼈 등 여러 조직의 수용체와 결합하여 칼슘 흡수와 다양한 대사 과정을 조절합니다.
즉 비타민 D는 단순히 영양소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기관에 신호를 전달하여 전신 대사를 조절하는 내분비 호르몬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비타민 D는 발견 당시에는 비타민으로 분류되었지만, 이후 연구를 통해 체내에서 합성되고 호르몬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흔히 "비타민이면서 동시에 호르몬"이라고 설명되기도 합니다.

2. 비타민 D는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비타민 D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칼슘과 인(phosphorus)의 대사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비타민 D는 장에서 칼슘 흡수를 증가시키고, 혈중 칼슘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만약 비타민 D가 심하게 부족해지면 어린이에서는 구루병(rickets), 성인에서는 골연화증(osteomalacia)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Ross et al., 2011).
또한 장기간 부족 상태가 지속될 경우 골밀도 감소와 골절 위험 증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타민 D에 대한 여러 주장 가운데 현재 가장 확실하게 입증된 영역은 바로 뼈 건강입니다.
실제로 비타민 D 연구의 출발점 역시 칼슘 대사와 골격계 질환이었습니다.
즉, 비타민 D가 뼈 건강에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현재 의학계에서 거의 이견이 없는 내용입니다.
3. 비타민 D 열풍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요?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비타민 D는 주로 구루병이나 골다공증과 관련된 영양소로 인식되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연구자들은 비타민 D 수용체(Vitamin D Receptor, VDR)가 뼈뿐 아니라 면역세포, 심혈관계, 췌장, 근육, 뇌 등 다양한 조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Holick, 2007).
이러한 발견은 비타민 D가 뼈 건강 외에도 다양한 생리 기능에 관여할 수 있다는 가설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관찰연구에서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게서 심혈관질환, 당뇨병, 일부 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 사망률 증가 등이 더 흔하게 관찰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학계는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비타민 D가 단순히 뼈 건강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 예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기대가 형성되면서 비타민 D는 어느 순간 '만능 영양소'처럼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들은 이러한 기대를 일부 수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현재까지의 근거를 종합하면, 비타민 D 결핍이 심할 경우 뼈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면역력이나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남아 있습니다.
4. 하지만 관련성이 곧 원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 특정 질환이 많다는 사실과, 비타민 D를 보충하면 해당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많이 하고 야외 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비타민 D 수치도 높고 건강 상태도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이유가 모두 비타민 D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야외 활동이 적고, 운동량이 부족하며, 비만이 있고,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비타민 D 수치도 낮고 건강 상태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비타민 D 부족이 질병의 원인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비타민 D 수치가 낮게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연구에서는 단순한 관찰연구보다 무작위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의 결과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후 진행된 대규모 임상시험들은 비타민 D에 대한 초기 기대를 일부 수정하게 만들었습니다.
비타민 D는 분명 중요한 영양소입니다. 하지만 "비타민 D만 충분하면 면역력, 암, 당뇨까지 모두 해결된다"는 식의 주장 역시 현재 근거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비타민 D 부족은 얼마나 흔한 문제일까요?
5. 비타민 D 부족? 현대인에게 결핍이 흔한 이유
실제로 비타민 D 부족 또는 불충분 상태는 우리나라에서 매우 흔하게 관찰됩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비롯한 국내 연구들에 따르면 비타민 D 부족 또는 불충분 상태는 매우 흔하게 관찰됩니다.
특히 젊은 성인과 여성, 실내 근무가 많은 직장인에서는 절반 이상에서 낮은 비타민 D 수치가 보고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의 생활 방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실내 근무 증가, 학업과 업무로 인한 실내 생활, 야외 활동 감소, 자외선 차단제 사용 증가 등이 꼽힙니다 (Holick, 2007).
비타민 D는 피부가 자외선 B(UVB)에 노출되어야 생성됩니다. 그러나 현대인은 하루 대부분을 건물이나 차량 안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또한 비타민 D를 생성하는 자외선 B는 일반적인 유리창을 거의 통과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창가에 앉아 햇볕을 쬔다고 해서 충분한 비타민 D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외선 차단제 역시 피부 노화와 피부암 예방에는 매우 중요하지만, 비타민 D 합성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외선 노출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비타민 D 결핍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계절과 지리적 위치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는 북위 33~38도 사이에 위치해 있어 늦가을부터 초봄까지는 비타민 D 생성에 필요한 자외선 B의 양이 감소합니다. 이 때문에 겨울철에는 충분한 야외 활동을 하더라도 비타민 D 생성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결국 비타민 D 부족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생활 환경 자체가 만들어낸 현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D 부족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특별히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질문이 남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D 부족 판정을 받지만, 모든 사람이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수치부터 부족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음 글에서는 비타민 D 검사 결과와 결핍 기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부 핵심 정리
- 비타민 D는 햇빛을 통해 피부에서 생성될 수 있는 독특한 영양소입니다.
- 엄밀히 말하면 비타민보다는 호르몬에 가까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비타민 D의 가장 확립된 역할은 칼슘 대사와 뼈 건강 유지입니다.
- 비타민 D 수치와 다양한 질환 사이의 관련성은 보고되었지만, 인과관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 현대인에서 비타민 D 부족은 흔하게 관찰됩니다.
- 하지만 비타민 D 결핍 기준 자체에도 아직 논란이 존재합니다.
다음 2부 예고
"내 수치는 정상일까요?"- 비타민 D 결핍 기준이 나라마다 다른 이유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D 수치가 20 ng/mL가 나왔는데 어떤 의사는 정상이라고 하고, 어떤 의사는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요?
다음 글에서는 비타민 D 검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학회마다 정상 기준이 다른지 살펴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Holick MF. Vitamin D deficiency.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7;357(3):266–281.
- Ross AC, Manson JE, Abrams SA, et al. The 2011 Report on Dietary Reference Intakes for Calcium and Vitamin D from the Institute of Medicine.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2011;96(1):53–58.
- Manson JE, Brannon PM, Rosen CJ, Taylor CL. Vitamin D Deficiency—Is There Really a Pandemic? N Engl J Med. 2016;375:1817-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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