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7. 3. 09:00ㆍ당뇨·다이어트 식단 분석
안녕하세요, 내분비내과 전문의 닥터 엔도입니다.
앞선 수박 시리즈에서는 과일 속 기능성 성분이 실제로 우리 몸의 인체 대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우리가 흔히 “건강식”이라고 부르는 식품들이 실제 임상 연구에서는 어디까지 그 효과가 확인되었는지를 과학적 근거와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국내 독자분들에게는 조금 더 생소할 수 있지만, 최근 건강기능식품 매대나 스포츠 영양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채소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바로 짙은 붉은색이 특징인 뿌리채소, 비트(Beetroot)입니다.
비트는 국내에서는 아직 식탁에 자주 오르는 익숙한 식재료는 아닙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샐러드, 주스, 혹은 운동 전 마시는 건강 보충 음료 형태로 흔하게 소비되는 대표적인 뿌리채소입니다.
겉모습은 진한 붉은색을 띠며, 우리가 흔히 아는 무나 당근과 비슷한 단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요.
비트 특유의 이 강렬한 붉은 빛깔은 베타라인(Betalain)이라는 천연 항산화 색소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나 인터넷 환경에서 비트는 단순한 채소를 넘어 “혈압을 낮추는 천연 치료제”, “운동 능력을 극대화하는 신비의 식품”으로 자주 언급되면서 대중적인 관심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실제로 헬스장이나 운동 경기 전에 비트 주스를 챙겨 드시는 분들도 제법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몇가지 의문과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비트는 정확히 어떤 성분을 가진 채소일까?”
“왜 하필 최근 들어 건강식이나 운동식으로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을까?”
“이것은 반짝 유행하는 마케팅일까, 아니면 정말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걸까?”
이번 1부에서는 비트가 어떤 식품인지, 어떤 성분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왜 최근 건강 분야에서 자주 언급되는지를 정리해보겠습니다.
1. 비트는 어떤 채소인가?
비트는 식물학적으로 사탕무와 같은 종(Beta vulgaris)에 속하는 뿌리채소입니다.
우리가 실제로 요리에 쓰거나 즙을 내어 섭취하는 부분은 땅속에서 자라는 붉고 둥근 뿌리 부분이며,
채소 자체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지역에서 일반 식재료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비트는 특정 성분 하나가 압도적으로 많은 식품이라기보다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 일반적인 채소에 가깝습니다.
비트의 대표적인 성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질산염(Nitrate): 최근 혈관 건강 연구에서 가장 핵심으로 꼽는 성분입니다.
- 칼륨: 체액 균형과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미네랄입니다.
- 식이섬유: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완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 베타라인(Betalain): 비트의 붉은색을 만드는 강력한 천연 항산화 성분입니다.
이 중 최근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성분은 질산염(nitrate) 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질산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공육 보존제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 채소에도 질산염은 자연적으로 존재합니다.
특히 비트, 시금치, 루콜라 같은 일부 채소는 비교적 질산염 함량이 높은 편입니다.
현재 연구 관심은 이 질산염이 체내에서 어떤 생리적 변화를 유도하는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비트의 질산염, 운동 수행 능력, 혈관 기능 등에 대한 연구들이 꾸준히 축적되고 있으며, 이를 종합한 리뷰 논문들도 발표되었습니다(Clifford et al., 2015).
즉, 비트가 주목받기 시작한 이유는 전통적인 민간요법 때문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의 생리학·영양학 연구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2. 왜 비트가 건강식으로 주목받게 되었을까?
비트가 건강 분야에서 관심을 받기 시작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최근 들어 비트에 풍부한 질산염(nitrate)이 혈관 기능과 관련된 생리학적 경로와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비트 또는 질산염 섭취 이후 혈압이나 혈류 관련 지표 변화가 관찰되면서 건강식과 스포츠 영양 분야에서 관심이 커졌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특정 생리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비트를 혈압을 치료하는 식품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충분하지 않습니다.
즉, 비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적의 건강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된 식재료가 최근 연구를 통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 어느 정도 변화가 관찰되었는지는 다음 2부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3. 비트 연구의 핵심 방향은 무엇일까?
비트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키워드는 하나입니다.
바로 질산염(nitrate) → 산화질소(Nitric Oxide, NO) 와 연결되는 생리 경로입니다.
산화질소는 혈관 기능과 관련된 중요한 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Lundberg et al., 2008).
다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흥미로운 기전이 있기 때문에 이번 1부에서는 여기까지만 소개하겠습니다.
다음 2부에서 실제로 질산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작용하는지, 왜 운동과 혈압 연구에서 함께 언급되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4. 그래서 비트는 결국 무엇인가?
현재까지의 근거를 종합하면 비트는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비트는 특별한 약도 아니고 기적의 건강식도 아닙니다.
오랫동안 다양한 지역에서 식재료로 소비되어 온 일반적인 채소이며,
최근에는 특정 성분(질산염)을 중심으로 생리학적 기능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식품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혈압이나 혈관 기능과 관련된 생리 반응이 관찰되었지만,
현재까지의 근거만으로 특정 질환의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제한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비트는 치료제를 대신하는 식품이라기보다, 건강한 식단의 일부로 활용할 수 있는 채소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현재 근거에 가장 가깝습니다.
1부 핵심 정리
- 비트는 붉은 뿌리채소이다
- 다양한 영양 성분을 가진 일반 식품이다
- 최근에는 질산염 성분이 연구의 중심이다
- 일부 연구에서 혈압·혈관 기능 변화가 관찰되었다
- 하지만 치료 효과로 보기에는 아직 근거가 제한적이다
- 비트는 약이 아니라 기능성이 연구되고 있는 식품이다
2부 예고
비트는 왜 혈압을 낮춘다고 알려졌을까?
다음 2부에서는 비트 속 질산염이 체내에서 어떻게 산화질소(NO)로 전환되는지,
그리고 이 과정이 혈관 기능과 혈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비트 2부: 비트는 정말 혈압을 낮출까? 질산염과 산화질소(NO)의 핵심 원리] 보기
참고문헌
- Kapil V, Milsom AB, Okorie M, et al. Inorganic nitrate supplementation lowers blood pressure in humans: role for nitrite-derived NO. Hypertension. 2010;56(2):274–281. doi:10.1161/HYPERTENSIONAHA.110.153536
- Hobbs DA, Kaffa N, George TW, Methven L, Lovegrove JA. Blood pressure-lowering effects of beetroot juice and novel beetroot-enriched bread products in normotensive male subjects. Br J Nutr. 2012;108(11):2066–2074. doi:10.1017/S0007114512000190
- Siervo M, Lara J, Ogbonmwan I, Mathers JC. Inorganic nitrate and beetroot juice supplementation reduces blood pressure in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Nutr. 2013;143(6):818–826. doi:10.3945/jn.112.170233
- Lundberg JO, Weitzberg E, Gladwin MT. The nitrate–nitrite–nitric oxide pathway in physiology and therapeutics. Nat Rev Drug Discov. 2008;7(2):156–167. doi:10.1038/nrd2466
- Clifford T, Howatson G, West DJ, Stevenson EJ. The potential benefits of red beetroot supplementation in health and disease. Nutrients. 2015;7(4):2801–2822. doi:10.3390/nu704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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